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기술 자립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기술 자립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가 전략 제언

21세기 산업의 전쟁은 총력전이다. 하지만 이 전쟁은 기존의 군사적 충돌이 아닌, 기술력과 경제력, 데이터로 대표되는 GDP 및 시가총액을 무기로 한 체제 경쟁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생존 경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러한 패권 경쟁의 상징적인 전장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맹주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된 지금,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원천 기술 자립과 개방형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언이 필요하다.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잠재력 있는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세계 대회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오준호 교수의 ‘휴보’ 연구는 한국의 기술 가능성에 대한 증거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휴머노이드를 미래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정교한 동작 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투자 움직임에 더해, 정부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3조원 이상의 민관 합동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2025년 4월에는 산·학·연·정 협력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켰다. 이는 200여 개의 기관이 참여하는 국내외 최대 규모의 협력 체계로, 기술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여전히 심각한 과제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의 투자 규모 격차다. 중국은 20년간 약 199조원을 휴머노이드 산업에 투입할 계획으로, 이는 한국의 투자 규모를 약 17배 추월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자본과 시장 규모를 무기로 한 전쟁이다. 또한, 국내 로봇 기술은 핵심 부품과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며, 현재 80%의 국산화율 목표는 달성까지 장기적이고 험난한 여정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도 여전히 초기 단계이지만, 한국은 상용화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제언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실제 기술 혁신의 핵심 축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연합은 2028년까지 최대 20kg 이상의 물체를 안정적으로 다루고, 50개 이상의 관절을 가진 상용화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합 내 AI 개발, 로봇 제조, 부품사, 수요 기업 그룹 간의 실질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서울대, KAIST 등이 주도하는 로봇 공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모든 제조사에게 공통된 ‘두뇌’를 제공함으로써 생태계의 표준을 정립하고, 산업 전반의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두 번째 제언은 ‘로봇의 두뇌와 감각’에 대한 기술 집중이다. 하드웨어 플랫폼의 제작은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조업 강국 한국의 핵심 자산은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암묵지’다. 이는 한국 근로자의 손에 녹아 있는 숙련된 기술과 지식으로,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여 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작업 자동화를 넘어, 인간과의 정교한 협업이 가능한 로봇을 만드는 열쇠가 된다. 또한, 로봇 핸드(그리퍼), 정밀한 힘 감각을 위한 토크 센서, 고효율 액추에이터(구동기) 등은 ‘감각’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이 분야에서의 기술 선점이 한국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산업 생태계와 글로벌 협력의 확장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의 진정한 가치는 산업 현장에 투입되어 생산성을 혁신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을 확대하여, 중소·중견기업이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로봇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서, 로봇이 일상에 보급되는 ‘1가구 1로봇 시대’를 대비한 미래 플랫폼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 딥엑스, 리벨리온 등 AI 반도체 기업이 연합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전력 효율적인 로봇, AI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40년 ‘휴머노이드 일상화 시대’를 대비한 장기적 기술 전략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40년을 목표로 한 9대 중점 기술 전략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본격적인 집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단기적인 상용화 목표와 장기적인 기술 선점을 연결하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 이상으로, 표준화를 주도하고, 기업 간의 건전한 협업을 유도하며, 글로벌 기술 흐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전략적 플레이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이며, 이에서 한국이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주도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